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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배 가정의 父女사랑과 입신양명(조선일보,16.9.3)
 관리자  09-03 | VIEW : 826
기보배.jpg (632.4 KB), Down : 59


神弓 뒤엔 '딸 바보' 아버지,
전현석 기자

[전현석 기자의 觸<촉>] 리우올림픽 금·동메달 따낸 양궁 국가대표 기보배 父女

이미지 크게보기올림픽 금메달 궁사(弓師) 기보배와 그의 아버지 기동연씨. 부녀의 웃는 모습이 닮았다. 기씨는 택시 운전사였다. 기보배가 중·고교 시절, 아빠는 딸을 택시에 태우고 양궁을 가르치기 위해 전국을 누볐다. 기씨는 “택시 운전을 할 때 우리 보배가 가장 귀하고 소중한 손님이었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사대(射臺)에서 본 과녁은 아득했다. 지름 1m22㎝ 과녁은 70m 거리에서 100원짜리 동전만 했다. 한가운데 지름 12.2㎝ 10점 노란 원이 희미하게 보였다. "여기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우리 보배는 어찌 9점, 10점을 팍팍 쏠까잉. 모두들 그러요. 너한테서 어떻게 저런 것이 나왔냐고."

기동연(67)씨는 궁사(弓師) 기보배(28)의 아버지다. 기보배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여자 양궁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 2관왕에 올랐고, 지난 리우올림픽에선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땄다.

지난 24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아버지 기씨는 "내 눈에는 동메달도 금메달로 보인다"고 했다. "올림픽 개인전 2연패를 못한 것이 아쉽지만 동메달 딴 것도 참말로 대견해요. 양궁 대표 선수들은 보통 하루에 활을 300발에서 400발 쏴요. 한 번에 다 쏘는 게 아니라 3발이나 6발 쏘고 몇 점 맞았는지 확인하고, 과녁에서 화살 뺀 다음에 또 쏘거든. 100번을 사대에서 과녁까지 왔다갔다하면 매일 14㎞를 걷는 겁니다. 사람들이 양궁 선수가 많이 쏘는 것만 알지, 많이 걷는 건 몰라."

기보배는 약속 시각보다 조금 늦게 태릉선수촌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열린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이 조금 길어졌기 때문이다. 기보배가 "아빠" 하고 콧소리를 내며 안겼다. 아버지는 활짝 웃으면서도 "왔냐" 하고 짧게 인사했다. '내가 언제 딸 자랑을 했냐'는 듯 말수가 적어졌다. 동연씨는 딸을 보려고 경기 안산 자택에서 태릉선수촌에 온 길이었다.

지난 16일 브라질에서 돌아온 기보배는 19일까지 집에서 지내다 20일부터 그가 졸업한 광주여대와 소속팀 광주광역시청 등에 인사를 하러 다니느라 광주에 머물다 이날 상경했다. 이튿날인 25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선수단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태릉선수촌에서 자야 했다. 동연씨가 말했다. "우리 보배가 어릴 때부터 합숙을 자주 했어요.

대학 입학하고 나서는 광주에서 지내고. 평소 2주에 한 번 집에 올까 말까 해요. 올림픽처럼 큰 대회 앞두면 두 달에 한 번 오고.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게 익숙해진 것 같으면서도 많이 보고 싶네. 어쩔 수 없지요. 내 딸은 대한민국의 딸이기도 하니까요."


"우리 보배는 대한민국의 딸"

―개인전 금메달을 땄으면 우리나라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2연패를 하는 거였는데.

(보배)"많이 아쉽긴 했어요. 16강에서 졌으면 모르겠는데, 딱 고지 앞 4강전에서 떨어졌으니까요. 그래도 3~4위전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낸 동메달이라 지금까지 딴 메달 중 가장 값지다고 생각해요."

(동연)"올림픽 양궁 단체전 8연패가 더 중요하지요. 보배한테 단체전은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고 얘기했어요. 단체전 금메달 실패하면 우리 보배가 지탄을 많이 받았을 거 아녀요? 사실 조금 섭섭하기도 했습니다만,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주는 거잖아요? 보배는 런던올림픽 때는 마음 편하게 쐈는데, 이번에는 긴장한 게 화면에 보이더라고. 사람들이 자꾸 개인전 2연패 얘기를 하니까 그랬겠지."

―이번 올림픽 출전을 못 할 뻔했다고요.

(보배)"최종 대표 선발전 앞두고 연습 경기를 하면 8명 중 꼴찌 아니면 꼴찌에서 둘째였어요."

(동연)"우리 보배가 올림픽 선발전 앞두고 '아빠 기대하지 마. 이번에 떨어지면 엄마랑 같이 유럽 여행 가자. 아빠 스케줄 비워놔'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기대 안 해. 갔다만 와' 했지요. 그래도 우리 보배가 선발전을 2위로 통과했어요."

올림픽 도중 '기보배 보신탕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나왔던 '얼짱 궁사 기보배, 보신탕 먹으면 잘 맞아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두고 한 연예인의 어머니가 SNS에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보배)"사실 기분이 좋진 않았는데,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4년 동안 준비한 건데 이런 것에 흔들려선 안 된다고요. 경기에 지장을 주진 않았어요."

(동연)"우리 보배가 손톱만큼도 신경 안 썼다는데, 저는 눈곱만큼도 안 썼어요."

사실 동연씨는 전날 안산 자택에서 따로 만났을 땐 "속이 타들어갔다"고 했다. "아이고, 그분이 그걸 어떻게 찾아내서, 그것도 개인전 하루 전날예요. 그때 기자가 나한테 '보배가 뱀탕 같은 것도 먹냐'고 물어서 그런 건 절대 안 먹는다고 했어요. '그럼 보신탕은요' 하기에 제가 가끔 사준다고 했지요. 그랬는데 그렇게 기사가 난 거예요. 광저우 때는 아무 논란도 안 되다가 6년이 지난 이제 와서…."

―인터넷 댓글 때문에 선수들이 상처를 받지요.

(동연)"부모들도 상처 받아요. 보배 엄마하고 저는 댓글 안 봅니다. 그러다가도 좋은 기사가 나오면 반응이 궁금하니까 살짝 보긴 하죠."

―양궁 중계 보는 것도 힘들겠어요.

(동연)"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요. 런던올림픽 때는 8시간, 리우올림픽 때는 12시간 시차가 나서 새벽에 경기 보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올림픽 3~4개월 앞두고는 하루 18시간 우리 보배 생각만 나서 일이 손에 안 잡혀요."

―금메달 선수의 부모로 사는 게 좋지만은 않군요.

(동연)"어딜 가나 언행을 조심해야죠. 이웃이 시비를 걸어와도 가만히 있어야 하고, 쓰레기 버릴 때도 조심하고, 눈이 오면 우리가 먼저 치워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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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행복하시죠.

(동연)"요새 심심하면 밤에 우리 보배가 사 준 차를 몰고 시내 한 바퀴를 돕니다. 우리 보배 현수막이 몇 개 걸렸나 보려고요. 플래카드 앞에서 사진도 찍고. 방금 내가 다니는 주말농장에서도 플래카드 걸었다고 전화가 왔네. 우리 보배가 주말농장 같이 가서 거기 노인들이랑 막걸리 마신 적이 있거든요."

―아버님도 유명 인사가 됐네요.

(동연)"이번 올림픽 앞두고 우리 보배한테 삼을 몇 뿌리 가져다 주려고 태릉선수촌으로 차 몰고 가다가 앞차하고 접촉 사고가 났어요. 그 운전자하고 얘기하다가 내가 보배 아빠란 걸 들켜부렀네. 이 사람이 사고 수습도 안 하고 같이 사진부터 찍자네요. 올림픽 끝나니까 친구나 동네 사람들한테 연락이 와요. 자기가 한잔 사겠대요. 가 보면 이놈이 저놈 부르고, 저분이 이분 부르고 해서 10여명이 앉아 있어요. 그러면 제가 술을 사야지요. 런던올림픽 끝나고는 술값만 수백만원 쓴 것 같아요. 최근까지 버스 회사에서 배차 업무를 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기보배 아버지 좀 바꿔 달라'는 전화가 종종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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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활을 쏘는 기보배. 그는 2020년 도쿄올림픽 도전 여부에 대해 “해보는 데까지 하고 싶다”면서도 “올림픽 출전 때문에 평생 제가 해야 할 일을 놓칠까 봐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모교인 광주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남강호 기자

택시에 딸 태우고 전국 누빈 아빠

동연씨는 전북 고창 출신이다. 고교 졸업 후 서울에서 아이스크림 대리점 사업을 하다 실패하자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 5년간 일하고 귀국했다. 아내 김남연(62)씨와 2남1녀를 낳았다. 막내딸이 태어났을 때 '귀하고 소중한 딸'이라는 의미에서 보배라고 이름 지었다. 기보배는 안양서초등학교 4학년 때 양궁부에 들어갔다. 기보배는 "처음에는 활 쏘는 건 줄도 모르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때 동연씨는 택시 운전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양궁 반대했다면서요.

"처음에는 우리 보배가 특별 활동으로 양궁을 하는 줄 알았어요. 보배가 공부를 잘했으니까요. 학교 쫓아가서 선생님한테 양궁 시키더라도 수업은 빠지면 안 된다고 했어요."

―언제부터 지원해줬나요.

"우리 보배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안산에서 경기를 한다길래 택시 몰고 가 봤어요. 다른 놈들은 다 즐겁게 쏘고 있는데, 보배란 놈이 찔찔 울면서 하더라고요. 왜 우냐 했더니 말을 안 해요. 코치한테 물었더니 잘 안 맞아서 그런대요. 그날 비가 오고 추웠어요. 딸 두 손을 내 윗도리 속에다 넣고 비벼주면서 '울지 말고 아빠랑 같이 해보자'고 했죠. 그래도 안 맞아요. 보니까 우리 보배 활에만 가늠자가 없어요. 코치한테 물었더니 없어도 괜찮대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 총도 가늠자가 있는데. 그 다음 날 학교에 갔어요. 코치가 솔직하게 말하데요. 학교에 돈이 없어서 6학년만 가늠자 있는 활을 쏜다고. 내가 돈 낼 테니까 가늠자 달아 달라고 했지요. 그때 운동을 시켜도 관심을 가져야 되겠구나 생각했지요."

―기보배 선수가 처음부터 잘했나요.

"우리 보배가 중2 때 전국 대회를 나갔는데 성적이 형편없었어요. 차멀미가 심해서 그랬어요. 그다음부터 보배가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 대회 전날이나 새벽에 보배를 택시에 태우고 대회장에 다녔죠."

―중3 때 전국소년체전에서 3관왕을 했지요.

"소년체전에서 12년 만에 나온 3관왕이었어요. 그 뒤로 주니어 대표에 뽑혀서 성남 국군체육부대에서 합숙을 하더라고요. 영국에서 주니어대회가 열렸는데 거기서 2관왕을 해요. 얼마나 대견스럽던지. 국내 대회 때마다 택시 트렁크에 아이스박스 큰 거 하나 싣고 다니면서 선수들한테 음료수도 나눠줬어요. 제가 인기가 좋았습니다."

―택시 영업에는 지장이 있었겠네요.

"지금 회사 다니는 둘째 아들이 축구 선수였는데 개인기도 좋고 잘했어요. 축구부 주장까지 했지. 그런데 자식 둘한테 운동을 가르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돈이 너무 들어가니까. 하루는 둘을 앉혀놓고 얘기를 했어요. '아빠가 힘이 들어서 둘은 못하겄다. 어쩌면 좋냐' 그러니까 보배 오빠란 놈이 '아빠, 그러면 제가 축구를 접겠습니다' 그러더라고. 둘째가 축구를 계속했으면 훌륭한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참 안타깝고 미안해요."

젖동냥하듯 가르친 활쏘기

―기보배 선수가 고등학교 2~3학년 때 슬럼프에 빠졌죠.

(동연)"그때 학교 양궁 코치가 그만뒀어요. 감독은 체육교사가 맡고 있었는데, 양궁의 양 자도 모르고. 우리 보배가 고3 때 전국 대회 나가서 130명 중에 110등 할 때도 있었어요. 국가대표는커녕 경기도 대표에도 못 뽑혔어요. 그래서 제가 코치 역할을 하기도 했어요. 귀동냥, 눈동냥으로 배워서 보배한테 가르쳐 주기도 하고. 보배가 대회 나가면 다른 학교 코치들한데 우리 보배 자세 좀 봐달라고, 갓난아기 젖동냥하듯 부탁했지요."

―광주여대로 진학한 이유가 있나요.

(보배)"양궁도 양궁이지만 향후 진로도 생각했어요. 제가 초등특수교육을 전공했는데, 여기 졸업하면 교사 자격증 2급이 나오거든요."

(동연)"중·고등학교 때 우리 보배가 합숙하느라 하도 떨어져 지내서 대학은 집에서 다니게 하고 싶었어요. 보배가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 서울에 있는 대학 양궁부 감독이 찾아와서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하겠다고 약속을 했죠. 그런데 우리 보배가 2~3학년 때 슬럼프에 빠지니까 배신을 하더라고. 제가 그 학교 찾아가서 장학금 반만 받아도 좋으니까 입학시켜 달라고 사정하기도 했어요."

―광주여대 김성은 감독이 기보배를 보내 달라고 그렇게 찾아왔다면서요. 무릎 꿇고 술도 따랐다고요.

(동연)"제가 김 감독한테 두 가지를 부탁했어요. 첫째는 우리 보배 활 쏘는 타이밍이 긴데 이걸 짧게 만들어 달라. 둘째는 보배 데려간다고 했다가 배신한 그 대학은 무조건 이겨 달라고. 김 감독이 '아버님 자신 있습니다' 그러더라고."

―김 감독이 약속을 지켰나요.

(동연)"김 감독이 보배 화살을 과감하게 1.5㎝ 잘라 버렸어요. 화살 길이가 보배한테 안 맞았던 걸 그동안 몰랐던 거예요. 그러니까 활 쏘는 타이밍이 빨라지고 성적이 좋아졌어요. 또 우리 보배가 광주여대 입학하고 나서 그 (배신한) 대학한테 한 번도 안 졌어요."

기씨 가족은 안산의 작은 빌라에 살고 있었다. 16㎡(약 5평) 남짓한 거실은 기보배의 작은 박물관 같았다. 벽에는 런던올림픽 시상식 사진이 걸려 있었고, 진열장은 기보배의 트로피와 메달로 꽉 찼다. 딸과 관련된 기사를 모은 스크랩북 수십 권이 진열장 위에 쌓여 있었다. 기보배의 어머니 김씨는 "보배와 관련된 건 종잇조각 하나도 안 버린다"고 했다.

기보배 사진첩에는 아빠가 어린 딸의 머리를 묶어주는 사진이 있었다. 동연씨는 "우리 보배가 엄마보다 나를 더 좋아해서 엄마가 샘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딸이 평범한 길을 걸었으면 하는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

"많이 해봤죠. 우리 보배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짠하기도 하고. 태릉선수촌에서 아침 저녁으로 트랙을 도는 딸을 볼 때면 속상하기도 했어요. 너무 트랙에 갇혀 사는 게 아닌가. 우리 보배가 엄마 아빠한테 어리광도 부리면서, 그렇게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봐야 했는데. 하지만 평범하게 살았다면 보배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었겠어요?"

―기보배 선수는 꿈이 뭔가요.

"우선 올해가 가기 전에 부모님 집을 지어 드리고 싶어요. 엄마 아빠가 지금 땅 보러 다니시느라 바쁘세요(웃음). 또 제가 석사 졸업하고 지금 박사과정 밟고 있는데, 광주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제가 성적이 좀 좋아요(웃음). 평균 학점이 1학년 때 3.5였고, 나머지 학년 때는 4.0 다 넘었어요. 양궁 선수는 공부 못할 거라는 시선이 싫어서 대회 끝나고도 새벽 3시까지 책을 달달 외웠어요."

―도쿄올림픽에 도전할 생각인가요.

(보배)"해보는 데까지는 하고 싶어요. 그런데 도쿄올림픽만 바라보다가 평생 제가 해야 할 일을 놓칠 수도 있잖아요. 그만두고 다른 걸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죠."

(동연)"우리 보배는 처음엔 지더라도 길게 싸우면 꼭 이겨요. 우리나라 풍산개가 그렇죠. 끝까지 싸워서 호랑이한테도 이기지 않습니까. 아이고, 또 개 얘기 해서 혼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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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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