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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예 와 정신교육
전쟁의 승패는 육신(肉身)보다 정신에 의해서 결정되어진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통설이다. 일찍이 클라우제비츠는 “물질이 칼집이라면 정신은 칼날이다”라고 했고 이순신 장군도 “전장에서이기고 지는 것은 군사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아니하고 정신에 있다”고하였다. 예컨대 안시성의 양만춘 장군이나 행주산성의 권율 장군, 그리고 12 척의 배로 130여 척의 왜군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의 사례가 그러하고, 또 베트남전에서의 월맹군과 중동전에서 이스라엘 군의 승리가 그러하다.
이렇듯 전투력 발휘에 있어 정신적 요소는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신 요소는 무엇에 의해서 강화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필자는 그 것을 ‘민족정체성’과 ‘上下同欲(상하동욕)’을 목표로 하는 정신교육 즉, 충효예가 바탕이된 정신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첫째, 정신교육의 어원적 정의에서 찾을 수 있는데, 원래 ‘정신(精神)’의 의미는 “순수하다. 깨끗하다”는 의미의 ‘精’자와 “마음”을 상징하는 ‘神’자의 합성어이므로 이는 “마음을 순수하고 깨끗하게 하는 교육”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정신전력 지도지침서(국방부, ’97)상의 “도덕적 의식계발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는 정의와도 일치한다.때문에 가정윤리(孝), 사회윤리(禮), 국가윤리(忠)인 충효예 교육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둘째, 정신교육은 정신전력 육성의 일부로 실시되기 때문이다. 정신전력은 “상관과 부하가 하나되는 전투의지력”이며 이는 ‘상하동욕’을 요한다. 따라서 상관과 부하가 하나되기 위해서는 사랑과 정성(孝), 조화와 질서(禮), 제
몫에 역할(忠)에 충실함으로써 가능해 질 것이다.
셋째, 정신교육의 논리는 단순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리가 복잡하면 교관 자신부터가 알기(知)어렵기 때문에 부하들의 느낌(情)과 다짐(意)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반면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상호간에 예절을 지키자”는 충효예 교육의 논리는 단순하다.
넷째, 귀속(歸屬)의식을 고양시키는 교육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 학자들에 의하면 동족간의 전쟁에 있어서는 어느 쪽의 귀속의식이 강하냐에 따라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예컨대 호지명의 월맹군의 승리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다섯째, 군사사상에 바탕을 둔 한국적 리더십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리더십에서 중요시되는 ‘신뢰성’과 ‘리더의 자질’은 당연히 한국적 정서에 바탕을 두어야 하고 ‘의지와 신념’과 연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리더십의 원리는 같지만 의사소통, 의사결정, 동기유발 등은 서양인들과 는 다르게 작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신교육은 지휘관이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있어 중요한 수단이며 리더십의 성패와도 직결된다.
여섯째, 주적관의 잣대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어떤 세력이 주적이냐 하는 기준은 내부모형제(孝)를 해치려하고 우리사회(禮)를 불안케 하며 내 나라(忠)에 위해를 가하려는 세력을 주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일곱째, 정신교육은 종합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신교육은 정훈교육을 비롯해 안전교육, 보안교육, 군법교육, 물자애호교육, 윤리교육, 인격지도교육, 인성교육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중심가치(中心價値)인 충효예가 바탕이 될 때 앞에 열거한 교육들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덟째, 정신교육은 시대가 변하더라도 변화되어서는 안되는 ‘불변 가치’와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는 ‘시사적 가치’를 동시에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신교육의 내용이나 주제가 자주 바뀌면 상대적으로 정신교육의 신뢰성은 저하되기 마련이다. 충효예 워크숍에 참가한 어떤 간부(소령, 정훈병과)가 “충효예 교육은 사람의 바탕을 바르게 하는 교육이라 생각한다. 이는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도화지에 비유할 수 있는데, 화가가 원하는 색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도화지의 바탕이 깨끗해야 하듯이, 정신교육을 받는 부하들도 그 됨됨이가 발라야(正) 정신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충효예 교육은 불변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교육으로 이해될 수 있다”라고 발표한 내용에도 잘 나타나 있다.
결론적으로 정신교육은 무엇보다도 근본을 중시하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일찍이 유자는 “리더는 모름지기 근본을 세우는데 힘써야 하며, 근본이 서면 길과 방법은 저절로 생긴다.(君子 務本 本立而道生)했고, 마융은 “근본이 선뒤에 敎化가 이루어질 수 있다.(本立而 後化成)”고 하였다. 그리고 노자는 “법령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도적은 많아지니(法令滋彰 盜賊多有), 백성으로 하여금 명령이 없이도 저절로 다스려지도록 해야한다(民莫之令 而自均)”고 한 것처럼 근본을 세우는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종두, 국방일보 200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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